전술기 개발 김영한 박사-첫비행 맡은 김대중 중령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공군 237비행대대 김대중 대대장(오른쪽)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김영한 박사가 4일 경기 성남시의 237비행대대에서 만났다. 뒤의 비행기가 김 박사가 참여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KO-1 전술통제기. 사진 제공 공군
공군 237비행대대 김대중 대대장(오른쪽)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김영한 박사가 4일 경기 성남시의 237비행대대에서 만났다. 뒤의 비행기가 김 박사가 참여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KO-1 전술통제기. 사진 제공 공군
“네가 비행기를 만든다고? 나는 그 비행기를 조종하겠다.”

공군 237비행대대의 김대중(金大中·42·중령) 대대장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김영한(金榮漢) 박사가 25년 전 고교 시절에 맺은 이 약속이 실제로 이뤄졌다.

김 박사도 참여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술통제기 KO-1이 4일 경기 성남시의 237비행대대에 실전 배치된 것.

약속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중령과 김 박사는 서울 홍익대부속고등학교 2학년 8반에서 함께 공부한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두 사람은 애초 파일럿을 꿈꾸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시력이 나쁜 김 박사는 파일럿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자신이 비행기를 만들면 친구가 파일럿이 돼 타기로 약속했다.

고교 졸업 후 김 중령은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해 공군작전사령부 작전계획담당, 공군 15비행전대 작전과장 등을 거치며 2860시간의 비행 기록을 자랑하는 베테랑 조종사가 됐다.

김 박사는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후 1988년 한국과학연구원에 입사해 항공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각자 바쁘게 생활하느라 소식이 끊어졌던 두 친구가 다시 만난 것은 1999년 김 박사가 총책임자로 있는 KO-1 제작에 김 중령이 참여하면서부터였다. 김 중령은 제작 중인 KO-1을 직접 타 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역할을 맡아 6년여 동안 고락을 같이했다.

김 박사는 “김 중령을 다시 봤을 때 깜짝 놀랐다”며 “내가 총지휘하며 만든 KO-1의 조종사로 절친한 친구가 오니 얼마나 가슴 뿌듯했겠느냐”고 말했다.

김 중령도 “공군에는 여러 비행대대가 있지만 KO-1이 실전 배치되는 곳이 바로 내가 있는 237비행대대라는 게 너무나 기막힌 인연”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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