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세 고교생 박기종군 시집 출간

  • 입력 2005년 5월 14일 03시 12분


전남공고 생명정보화공과 3학년 박기종(18·사진) 군은 12일 오후 출판사로부터 시집을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 온 시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는 게 신기했다. 박 군은 자폐증세로 중학교 1학년 때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쌍둥이 형에 비해 말수가 적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어머니 이향란(46) 씨는 이런 아이의 손에 책을 쥐어줬다. 박 군은 책을 보고 나면 꼭 느낌을 썼다.

어머니 이 씨는 “어찌 보면 하나하나의 느낌이 영글어 시가 됐는지 모른다”며 “중고교에 들어가서는 가족여행이나 일상생활에서 얻은 것을 독특한 자기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집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도 어머니 덕분이다. 이 씨는 그동안 자폐증 아들을 위해 직접 학습교재를 만들어 가르쳤던 일,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겪었던 고통, 장애를 무릅쓰고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고교에 보낸 사연 등을 담은 편지를 최근 광주시교육청에 보냈다. 이 씨의 편지를 읽은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직원들은 자폐아를 가진 부모와 장애학생들에게 희망을 주자며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박 군의 시집 500부를 발간해줬다.

김진구 생활지도 장학관은 “아픈 생채기를 스스로 어루만지면서 맑은 영혼으로 비상하는 박 군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시집에 축하의 글을 써줬다. 박 군의 꿈은 물론 시인이다. 시인이 돼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게 박 군의 소망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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