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신춘 시 낭송회’ 열려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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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동우회’가 12일 마련한 신춘 시낭송회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중진 소설가 송기원 씨. 송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과 가작 입선으로 두 차례 수상했다. 원대연 기자
‘문학 동우회’가 12일 마련한 신춘 시낭송회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중진 소설가 송기원 씨. 송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과 가작 입선으로 두 차례 수상했다. 원대연 기자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린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는 시상식에 앞서 이색적인 시 낭송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신춘 시 낭송회’는 역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인들의 모임인 문학 동우(東友)회가 주최한 것이다. 중진 시인 이근배 씨(1962년 당선)부터 올해 당선자인 이영옥 씨까지 9명의 시인이 자신의 당선작을 깊은 호흡으로 열과 성을 다해 낭송했다.

특히 1986년 당선된 시인 강미영 씨는 지금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이번 낭송회를 위해 일시 귀국했다. 그는 “당선되던 당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살고 있었다”며 당선작 ‘아라비아의 영가·2’를 조용히 읊었다. 이날 중편소설 본심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소설가 송기원 씨는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후반기의 노래’로 가작 입선한 뒤, 1974년 다시 ‘회복기의 노래’로 당선됐다. 그는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경외성서’로 당선된 이후로는 소설가로 활약해왔다. 그는 이날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가짜 시인이 진짜 시인들 앞에서 시를 읊게 돼 미안하다”면서 삭발한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회복기의 노래’를 낭송했다.

고운기 시인(1983년 당선)은 서울 숭문고 재학시절의 스승이었던 정희성 시인(1970년 당선)과 자신의 제자인 명지대 문예창작과 김성규 시인(2004년 당선)이 모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부문에 당선돼 ‘사제(師弟) 3대’가 문학동우회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한편 19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시작된 후 올해까지 시 부문 수상작 82편을 모두 모은 시집 ‘바람이 분다’(청어·사진)가 출간돼 이날 낭송회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시집 제목 ‘바람이 분다’는 폴 발레리의 시집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에서 따왔다.

이 시집을 엮은 강병석 씨(계간 ‘소설가’ 편집장·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는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지난 해 초부터 동아일보 마이크로필름들을 검색하면서 한해 내내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 탄압으로 동아일보가 문을 닫아야 했던 1941년부터 광복과 분단, 6·26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앉았던 1954년까지는 신춘문예 공모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학동우회 백시종 회장은 “1923년부터 2005년까지 82년에 걸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를 묶는 작업은 우리 문단의 산 역사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시문학이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시인들로는 서정주(1936년) 황명(1955년) 권일송(1957년) 정진규(1960년) 이탄(1964년) 이가림(1966년) 이성부(1967년) 정희성(1970년) 이동순(1973년) 하재봉(1980년) 남진우(1981년) 나해철(1982년) 안도현(1984년) 기형도(1985년) 박라연(1990년) 반칠환 씨(1992년) 등이 있다. 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우리 시사(詩史)에 한 획을 그은 성좌 같은 시인들의 출항지(出航地)였던 셈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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