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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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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정(成壽貞·37)씨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희곡 전문 번역가’다. 희곡 번역은 작가나 연출가 또는 관련학과 교수가 ‘겸업’하는 것이 한국 공연계의 현실이기에 ‘전문가’인 그가 느끼는 부하(負荷)는 크다. 외국의 여러 작품을 읽어보고 적합한 작품을 골라 국내 상연용으로 ‘재생산’하는 과정을 혼자 처리하기 때문에 1년에 3편 정도밖에 번역을 못한다. 2002년 ‘거기’, 2003년 ‘달의 저편’ 등 주목받는 작품을 번역해 올렸고, 올봄 히트 뮤지컬 ‘맘마미아’도 번역했다.
그는 대학(연세대 사학과)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중도에 돌아와 영자신문(코리아 헤럴드)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02년 희곡 번역가가 됐다. 기자를 하다보니 연극은 하고 싶은데 연출가나 배우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돼버렸고, 그래서 택한 것이 희곡 번역이었다.
“연극인은 가난하다는 말을 들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뒤 연극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를 그만두고 좀 더 연봉이 높은 방송사 통역사 일을 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목표한 돈을 모으고는 미련 없이 그만뒀어요.”
그는 외국어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길 뿐 아니라 원작자와 저작권료 협상까지 혼자서 해낸다. 인터넷을 통해 한 달에 20∼30권씩 외국 희곡을 구입하고 외국 신문의 공연평을 빼놓지 않고 챙긴다. 넉넉하지 않은 번역료에 만만치 않은 서적 구입비를 견줘보면 그의 작업은 늘 ‘적자’인 셈.
“스스로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이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연극과 희곡이 갖는 묘한 매력 때문입니다. 언어는 달라도 언어를 바탕으로 한 ‘예술’은 서로 통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한국 젊은 작가의 희곡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 무대에 올려보고도 싶어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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