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화원정대 국토순례 430km 돌파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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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국토순례단 ‘대한민국 문화원정대‘가 13일 진부령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고된 행군 속에서도 인터넷에 일일편지를 띄우고 격려 메시지를 읽으며 힘을 얻는다. 일일편지를 들고 있는 김혜영 유충산 신은경 임효원 대원(왼쪽부터).-간성=이원홍기자
대학생 국토순례단 ‘대한민국 문화원정대‘가 13일 진부령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고된 행군 속에서도 인터넷에 일일편지를 띄우고 격려 메시지를 읽으며 힘을 얻는다. 일일편지를 들고 있는 김혜영 유충산 신은경 임효원 대원(왼쪽부터).-간성=이원홍기자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13일 오전 8시 강원 고성군 간성읍 광산리 광산초등학교. 146명의 대학생들이 함성과 함께 행진을 시작했다. 장대비가 내렸던 전날과는 달리 간간이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 그래서인지 우의를 입은 대학생들의 표정도 밝았다.

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2004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시작한 국토순례가 이날로 19일째다.

6시간의 행군 끝에 도착한 곳은 진부령. 장맛비로 며칠째 야영 대신 초등학교와 체육관 등에서 새우잠을 자고 430km를 걸어오느라 새카맣게 탄 얼굴에 발은 물집 투성이지만 눈은 빛난다. 현재까지 탈락자는 2명뿐. 30일 서울광장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일정은 420km.

이들은 매일 ‘일일편지’를 써 문화원정대 홈페이지(www.ncroad.com)에 띄운다.

‘전등 건전지가 다 나가서 어두컴컴한 가운데 글을 쓴다. 평소 겪지 않은 일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폭우 속에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은 일, 빗속을 뚫고 10시간을 걸어 도착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물바다여서 수재민처럼 교실에서 다닥다닥 붙어 잔 것, 비에 젖어 몸을 떨며 라면을 먹던 일, 다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고 있겠지. 삶은 도전하는 과정에서 성취된다. 나는 도전하고 싶다….’(김혜영·23)

‘너무 힘들어 팔에 앉은 파리조차 쫓지 못할 정도다. 모두 힘든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이기적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내가 이 땅의 젊은이임을 깨닫게 해주는 다른 청년들을 보니 힘이 솟는다.’(강슬·20)

또 ‘수박화채 한 그릇, 빨래,뽀송한 침대의 소중함’ ‘군대에서 편지를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등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평소 몰랐던 소중한 대상들에 대한 감사를 담은 글도 많다.

홈페이지엔 부모들이 보낸 격려의 글도 줄을 잇는다. 김혜영씨의 어머니 김상애씨(47)는 “갈 길이 멀다고 두려워 말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웃으면서 걸으시오”라며 “그냥 걷지만 말고 아름다운 우리 국토를 가슴속에 담아오라”고 띄웠다. 신은경씨(21)의 아버지 신경원씨(51)는 “젊은 날 패기와 꿈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힘을 내라. 가슴에 새겨 두어라. 신념을 가진 사람은 한계를 모른다는 걸!”이라고 썼다.

김진성 문화원정대 진행본부장(41)은 “감상적인 내용의 편지는 많지 않고 대부분 씩씩하고 힘을 불어넣는 글”이라며 “부모, 친구들과의 대화가 대원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간성=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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