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입양 박현우군 출국직전 생모와 짧은 만남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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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모를 찾기 위해 10일 입국했던 미국 ‘이글 보이스카우트’ 앤드루 박 실러(한국명 박현우)군이 출국 직전인 22일 정오 극적으로 생모와 상봉하고 있다.-연합
생모를 찾기 위해 10일 입국했던 미국 ‘이글 보이스카우트’ 앤드루 박 실러(한국명 박현우)군이 출국 직전인 22일 정오 극적으로 생모와 상봉하고 있다.-연합
“어머니를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용기 있게 나와 주셔서 고마워요.”

2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단체 동방사회복지회 사무실 앞.

미국 출국을 1시간 앞두고 17년 만에 극적으로 친모와 재회한 미국의 ‘이글 스카우트’ 고교생 앤드루 박 실러(한국명 박현우·17)군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차창 밖의 어머니와 손을 맞댄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본보 17일자 A20면 참조

뒤늦게 박군을 만나러 온 친모 A씨는 줄곧 “미안하다”며 차창에 매달린 채 눈물을 흘렸다.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입양인과 양부모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박군이 한국을 찾은 것은 10일. 동방사회복지회와 미국 입양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모국 방문단 프로그램’에 양부모와 함께 참가했던 것.

하지만 친모로 추정돼 연락이 닿은 A씨는 “내 아이가 아니다”며 부인했고 복지회측은 박군이 입양기관에 남겨질 당시의 기록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친모 찾기’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출국 전날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복지회측은 결국 마지막 희망을 걸고 21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군의 출국 사실과 언론에 보도된 사연을 알렸다.

A씨는 다음날 박군이 공항으로 떠나기 3시간 전 자신의 언니를 통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 그동안 친모라는 사실을 부인했다”며 연락해 왔고 1시간 동안의 짧은 만남이 이뤄졌다.

A씨는 “함께 지내는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왔다. 일찍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고 키우지 못해 미안하다”며 연방 눈물을 흘렸고 박군은 “저를 낳아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자신의 목걸이를 선물했다.

복지회 이성희 간사는 “친모를 만나지 못할 줄 알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내 시무룩해 있던 박군의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늦게라도 만나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복지회를 통해 모자간에 편지를 주고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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