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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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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올해 1월까지 서울시 건설행정과에서 노점정비팀장을 맡았던 김일기씨(52).
청계천 복원공사에서 최대의 난제 중 하나였던 노점 정비라는 ‘악역’을 맡았던 김씨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은 작년 말.
경북 영주 출생으로 25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해 온 김씨는 청계천 복원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노점상들을 설득했다.
김씨의 20년 지기인 송명호씨(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 팀장)는 “술 담배도 안하는 사람인데 자신 때문에 청계천 복원에 차질이 빚어질까봐 큰 심리적 압박감을 받아 병이 났다”며 “아프면서도 일 때문에 그 지경이 되도록 병원 한 번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홈페이지(http://myhome.nate.com/kimilki)에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남긴 ‘마지막 상황보고’에서 “노점상들에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하고 배려할 것은 배려하면서 정직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공공사업을 방해하는 집단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그들도 우리 시민이니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글에서는 “이렇게 자기 앞도 못 가리는 사람이 됐지만 서울시에 몸담아 온 긴 세월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며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냈다.
1988년 시인으로 등단한 중견문인인 김씨는 이 밖에도 ‘넉넉지 못한 공직생활에 두 아들을 키우느라 지친’ 아내와 군대 간 아들에 대한 걱정 등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의지를 자작시로 절절히 드러냈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는 5000여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격려한 덕에 나날이 병세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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