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하는 언론사 연구 외길 한국외대 정진석 교수

  • 입력 2004년 2월 16일 19시 06분


한국 언론사(史)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정진석(鄭晋錫)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이달 말 정년퇴임을 한다. 1975년 첫 저서인 ‘일제하 한국 언론 투쟁사’를 기준으로 하면 정 교수는 30년간 한국 언론사를 연구해 왔다.

“언론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 이전입니다. 1971년 월간으로 발행되던 기자협회보에 편집실장 자격으로 ‘신문유사(新聞遺事)’를 연재했어요. ‘삼국유사’를 패러디한 제목이었지요. 원로 언론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도서관에서 신문 원본을 뒤져가며 발로 쓴 기사였습니다. 이를 책으로 묶은 것이 ‘일제하 한국 언론 투쟁사’입니다.”

그동안 정 교수가 출간한 저서는 ‘한국 언론사 연구’(1983), ‘대한매일신보와 배설’(1987), ‘인물 한국언론사’(1995), ‘역사와 언론인’(2001), ‘한국영어신문사’(2003 공저) 등 13권.

역사학자로서 정 교수가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작업은 동료와 후학의 연구를 돕는 색인 작업이다. ‘한국 언론관계 문헌색인’(1978), ‘기자협회보 논문색인’(1980), ‘독립신문 화상 CD 인덱스’(2000), ‘대한매일신보 화상 CD 인덱스’(2002)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주제어만 갖고도 독립신문 관련 기사 검색이 가능합니다. 이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브라운’을 ‘블아운’이라고 쓰기도 하고 심지어 ‘백탁안’으로 쓰기도 하는 등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정 교수가 역작으로 꼽는 것은 1998년 1500쪽 분량으로 묶어 낸 ‘일제시대 민족지 압수기사 모음’이다.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압수한 기사가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입수해 다시 기사 원본을 찾아가며 펴낸 책이다.

“당시 동아일보 등 민족지들이 언론탄압을 받아가며 신문을 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작은 흠만 끄집어내 확대경을 들이대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최근 ‘민족지가 왜놈 신문보다 더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들을 때면 정말 안타깝지요.”

정 교수는 “그동안 광복 이후를 아우른 언론 통사(通史)를 쓰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웠다”며 “올해 안으로 통사의 1권인 ‘구한말 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