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전 美입양 '두 꼬마' 친부모 찾는다

  • 입력 2003년 6월 6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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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아빠'의 부인인 한혜옥씨가 1974년 당시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며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1973년 겨울 정성구군(오른쪽)과 최영철군(왼쪽)
△△'총각 아빠'의 부인인 한혜옥씨가 1974년 당시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며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1973년 겨울 정성구군(오른쪽)과 최영철군(왼쪽)
29년 전 미혼의 미국인 청년에게 입양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두 꼬마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번에는 한국인 양어머니를 통해 친부모를 찾고 있다.

1974년 당시 이들의 얘기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아이를 입양했던 양아버지 테리 미터씨(Terry Mitter·당시 28세) 때문에 '총각 아빠'라는 제목으로 그해 본보 7월 25일자에 기사화됐다.

29년 만에 부모를 찾아 나선 '두 꼬마'는 1965년생으로 당시 9살이었던 강성구씨(본명 정성구)와 1965년생으로 추정되지만 입양 때 동생으로 정해진 이창수씨(본명 최영철).

이들의 생부모 찾기에는 테리씨와 결혼, 이들을 키운 한국인 한혜옥씨(미국명 한나·53)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외국인학교 수학 교사였던 테리씨(57)는 1973년 11월 서울 이태원 길거리에서 10원을 달라고 구걸하는 창수군을 처음 만났다.

무슨 인연이었는지 창수군에게 관심이 끌린 미터씨는 부천 소재 '새소년 소망의 집'이라는 고아원에 데려다 주었고, 이후 매주 고아원을 찾으면서 정이 깊어졌다.

결국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는 입양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미국에 있던 어머니와 고아원 관계자를 설득해 창수군의 고아원 친구인 성구군까지 함께 입양했다.

한씨는 테리씨와 친구로 지내다 75년 1월 결혼해 이들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사랑에 끌려 결혼을 하긴 했는데, 신혼집에 가보니 남편과 아이들이 얼마나 재밌게 지내는지 마치 제가 '손님'인 것 같더군요."

결혼 후 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미터씨 부부는 이후 딸 셋을 더 낳아 모두 5남매를 키웠다.

한씨는 5남매를 키우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두 아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아이 학교에서 부채춤 공연까지 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설이 되면 모든 식구가 다 세배를 하고, 윷놀이도 했다.

한씨는 두 아들이 생부모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도록 옛날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서울 봉천동에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성구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전거 사고로 죽었고, 무당 일을 도와주며 생계를 잇던 어머니 강씨가 새로 시집을 가면서 부천 소재 '새 소년 소망의집'에 맡겨졌다. 입양 직전 확인을 위해 고아원 교사가 어머니 강씨를 찾아간 주소지는 신촌 일대로 알려져 있다.

창수씨는 5~6살 때 어머니가 때린다는 이유로 집을 나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홀어머니와 살았고, 인근에 있던 할아버지 원두막에서 놀곤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최인철'이라는 형이 있었다.

양아들 둘을 키우면서 고생도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씨는 "두 아들이 공부를 잘해 고등학교를 모두 1등을 졸업했고, 대학도 모두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는 말로 대신했다.

성구씨(미국명 성구 미터)는 인디애너 주립대를 졸업하고 시카고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고, 동생 창수씨(창수 미터)는 퍼듀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한국여자와 결혼, 캘리포니아 소재 전자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테리씨와 함께 미국 시카고에서 살고 있는 한씨(간호사)는 본사를 찾아 "최근 두 아들이 자식을 가지면서 생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며 "두 아들의 생부모가 손자·손녀를 볼 수 있도록 동아일보가 도와 달라"고 두 손 모아 부탁했다.

한씨는 시카고 한인기독교TV에서 '한나의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내게도 병이 생길 줄이야'라는 건강관련 책자를 발간, 1993년에는 국내TV프로그램인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에 서 저혈당병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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