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최초 美아이비리그총장 시몬스박사 梨大서 명박

  • 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29분


“남의 집 하녀로 일했던 어머니는 항상 자긍심을 잃지 말라고 하셨죠. 자신은 못 배웠지만 자식들 교육에 온 힘을 쏟으셨어요.”

18일 이화여대에서 명예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루스 J 시몬스(57·사진) 미국 브라운대 총장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995년 흑인여성 최초로 미국 톱 클래스 대학인 스미드대 총장이 됐을 때 언론은 “고등교육계의 ‘재키 로빈슨’(미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이 탄생했다”고 묘사했다. 여대인 스미드대 총장 임기 중에는 미 여대 최초로 공과대학을 만들었다.

그는 2001년 7월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사립명문인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프린스턴, 코넬, 다트머스, 펜실베이니아, 브라운대) 대학인 브라운대의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삶은 미국에서 ‘교육이 이룬 인간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책 한 권, 책상 하나 없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최고 명문대의 총장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45년 인종차별이 심한 텍사스 동부 시골에서 소작농 아버지와 하녀였던 어머니의 12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가난과 차별을 딛고 하버드대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性)과 인종의 차별은 있었지만 교육과 긍정적 사고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죠.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뉴올리언스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그는 여성, 흑인, 빈곤계층 등 사회적 소수의 교육기회 확대와 인권신장에 힘써왔다.

이날도 ‘새 천년의 여성교육’이라는 주제의 학위 수락연설을 통해 “여성교육의 최선의 정책은 ‘열심히 폭넓게 배우는 것’이며 여성의 삶은 교육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브라운대 동문들을 순방하는 가운데 이화여대의 명예박사 학위 제의를 수락하고 17일 한국에 온 시몬스 총장은 19일 홍콩으로 떠난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