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경찰청 월드컵기획단장 “큰 사고 안난건 기적”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29분


대구=변영욱기자
대구=변영욱기자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은 테러 방지와 훌리건 대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시작되고 보니 거리 응원에 따른 질서유지와 안전 확보가 최대 현안이 되었지요.”

경찰의 월드컵 총책임자인 김대식(金大植·53·경무관) 경찰청 월드컵기획단장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연승으로 온 국민이 월드컵의 환희에 젖어 있을 때에도 행여 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월드컵 대회가 치러진 6월 한달 간 한국팀 응원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연인원은 2400만명. 테러와 훌리건 대책에만 집중해온 경찰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월드컵 경비와 질서 유지를 위해 동원된 경찰(연인원)만 1336개 중대 16만여명. 대규모 응원단이 운집한 도시와 거리에는 늘 김 단장이 있었다.

거리 응원에 대한 경찰의 방침은 ‘축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관리’였다. 차로로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직접 제지하기보다는 ‘사진촬영단속 중’이라는 노란색 팻말을 들고 경고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경찰이 잠시 긴장했던 때는 6월 14일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끝난 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거나 지나가는 자동차를 뒤흔드는 등 위험한 모습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흥분을 삼가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탈리아전과 스페인전 때에는 이런 위태로운 행동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큰 사고가 없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는 것 같아 든든합니다.” 각 국 선수단에 대한 경호도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팀의 경우 테러 위협과 반미 감정으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미국팀이 이동할 때는 다른 팀과 달리 경찰특공대 1개 팀이 추가돼 밀착 경호를 했고 헬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국민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축제를 치를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 동안 한국 경기도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 마음 편하게 한국 경기를 비디오로 다시 볼 생각입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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