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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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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주인공은 25일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는 백경순(白慶順·60·서울 성북구 장위동·사진)씨. 58년 충주여고를 졸업한 뒤 이 학과에 입학했던 백씨는 ‘여자가 대학 다니면 뭐 하느냐’는 완고한 집안분위기 탓에 유학을 포기하고 1학년1학기만 마친채 휴학계를 냈다.
62년 회사원이던 남편과 결혼했고 2남1녀를 키우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백씨는 ‘남은 공부를 마저 해야겠다’는 꿈을 결코 접지 않았다.
백씨는 자녀들이 장성한 96년 고려대로부터 재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주저 없이 복학했다. 청바지 차림에 배낭을 둘러메고 강의실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3년반 동안 꼬박 학교에 나와 학업에 열중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132학점을 평점 3.72(만점 4.5)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얻었고 최우등상과 우등상도 2차례씩 받았다.
42년만에 자신의 꿈이던 ‘학사모’를 쓰게 된 백씨는 “강의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기회가 닿으면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