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 출범한달 인터뷰]김영호 산자부장관

  • 입력 2000년 2월 16일 18시 22분


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은 ‘마음씨 좋은 노신사’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30여년간 학자로서 다듬은 소신은 단호하다.

교수에서 공직자로 전격 변신한 지 한달여, ‘생애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김장관은 피곤해 보이면서도 평소 소신과 산업정책의 접목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다.

―교수 시절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는데 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하는 지금은 어떤가.

“IMF관리체제 이후 구조개혁 과정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을 보고 ‘DJ노믹스에는 DJ가 없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는 정책방향이 정립됐다. 그래서 최근 언론에 ‘DJ노믹스에의 DJ복귀’라는 칼럼을 썼다.”

―기존 관료사회의 시각으로는 파격적인 행보가 요즘 관가의 화제인데….

“공무원 사회 내부에 들어와 보니 업무가 방대하고 직원들의 자질이 우수해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직원들이 다소 활기를 잃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유관부처간 협조도 다소 미흡하다고 느꼈다. 지난번 과학기술부 장관을 산자부 강연 연사로 초청한 것도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취임 후 줄곧 ‘제조업과 정보통신산업의 접목’을 강조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제조업과 정보화를 접목해 지식기반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융합화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기술혁신시스템(RIS)을 구축하고 RIS간에 상승효과가 발생하는 국가기술혁신시스템(NIS)을 구축하는 한편 NIS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산자부는 외자도입의 순기능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대구라운드’를 통해 국제자본이동의 부작용과 폐해를 경고해온 평소 생각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대구라운드는 국제투기자본의 모럴 해저드를 시민사회가 나서서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반면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증권이나 채권투자와 달리 실물과 금융이 함께 이동하는 안정적인 외자도입 수단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경제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도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을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임 이후 ‘21세기 산업정책은 시장의 실패를 사후적으로 보완 손질하는 수준의 정책대응을 넘어선 적극적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그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금융적 측면이 강조된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적극적 측면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술혁신 중심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

―앞으로 펼쳐질 신산업지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쌍두마차형’ 성장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정보기술의 산업화를 통해 창출된 신산업과 IT를 활용해 지식기반화된 기존 제조업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무역수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

“원고 엔저 고유가 등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주요 시장의 수요 확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 등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며 120억달러 흑자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당장의 환율안정 대책도 필요하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환율 적응성을 높여야 한다.”

―한전 한중 민영화 등 현안은 어떻게 풀 것인가.

“경쟁체제 도입에는 이론이 없다. 독점이야말로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가장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법 통과시점까지 학계 언론 소비자단체 노동계 등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견수렴을 할 생각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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