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선동렬은 27일 귀국길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공항에 나온 선수협의 해태 양준혁이 “형님,도와주십시오. 저희들은 절박합니다”라고 하자 선동렬은 “나중에 연락하자”고 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지만 앞에 나서서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선수협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반대로 한발 물러나 조언 정도의 차원에서 그칠 수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단 양준혁은 “지난해 11월 한일 슈퍼게임에 갔을 때 (선)동렬이형에게 선수협이 출범하니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조만간 만나 선수협의 자문역을 맡아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수협이 선동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만약 한국프로야구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선동렬이 가세한다면 구단과의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선다. 그는 이미 각 구단 사장들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린 스포츠계의 ‘거물’이다.
수많은 후배들이 그를 존경하고 있고 팬층도 두껍다. 그가 동참한다면 선수협으로선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선동렬이 전면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 이미 현역에서 은퇴해 애매한 위치인데다 향후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앞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처지에서 일방적으로 선수들 편에 서기도 힘든 형편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