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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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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씨가 이날 오후 4시반부터 한시간 반동안 서울 서초구 양재동 횃불선교센터 사무실에서 털어놓은 이야기.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 부인(62)이 나를 찾아왔다. 그와는 몇년 전 우리 집 애 약혼식 때 처음 만났고 같은 기독교인이어서 성경공부를 같이 한 사이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부인(51)이 ‘최순영회장이 사돈을 통해 외화를 유출했다. 올해 안으로 집어넣을 텐데 그 부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우산’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사돈 어른이 우리 때문에 다칠 것 같아 걱정이 됐다. 강장관부인에게 “총장부인을 만나면 잘 좀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틀 후 강장관부인으로부터 “검찰총장 부인이 A의상실에서 2천4백만원어치 옷을 가져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돈을 준비했다.
다음날 장관부인이 횃불선교센터의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는 “오늘 총장부인과 장관 부인 몇명이 강남의 라스포사 의상실에 갔다. 총장부인은 밍크 코트를 서너개 봐뒀으니 그리 알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라스포사 의상실 사장이 한남동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는 “내일 아침 총장부인이 오시는데 큰 밍크, 작은 밍크, 망토, 외제물건 좋은 것 몇 개를 보여주겠다. 그 옷값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그 돈 내가 못내요. 그러니 옷 보여주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1월10일경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에 불려가 하루 8시간씩 5일간 총 40시간 출퇴근 조사를 받았다. 라스포사 사장과 대질신문을 했다. 그러나 그는 옷값과 관련한 전화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딱 잡아뗐다.
사정기관 웃분으로부터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 안 그러면 다친다”는 압력을 받았다. 옷값과 관련해서 총장부인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