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인, 철도청에 속죄『50년전 지은 죄 노역봉사』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48분


‘50년 전 소년시절의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몹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황혼의 나이에 속죄하려 합니다.’

최근 철도청장 앞으로 한자(漢字)가 많이 섞인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에 사는 올해 66세의 이성만씨.

편지는 ‘본인은 연령 60대의 자로서 이제 진심으로 반성코자 합니다’로 시작된다.

해방 직후 어느날 10대 소년 이성만군은 열차를 타고 가다 좌석 직포(織布)를 보고 문득 욕심이 생겼다. 구두를 닦는 천으로 쓰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 몰래 좌석 천을 가로 30㎝, 세로 15㎝ 가량 뜯어내 가방 속에 숨겼다.

그러나 이 기억은 이씨를 두고두고 괴롭혔다. 이씨는 편지를 통해 “늦게나마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열흘간 매일 1시간씩 경인선 전철역에서 무료 노역봉사를 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씨의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열심히 일한 뒤 역장님의 근무날인을 받아 청장님 앞으로 근무표를 보내겠습니다.’

한편 철도청은 9일 이씨의 ‘간청’을 받아들여 “15일부터 부천역 구내에서 대합실 청소와 젊은이 계도활동을 하라”고 통보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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