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청렴공무원 안타까운 과로사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32분


청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50대 6급 공무원이 과로로 목숨을 잃어 주위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평생을 일에 묻혀 살다 구조조정 여파로 퇴출압박에 시달리며 신문배달까지 해야 했던 서울시청 6급 직원 문지규(文智奎·50·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씨.

박봉에 70대 노부모까지 모시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던 문씨는 4일 오후 9시경 자신의 20여평짜리 낡은 판잣집에서 혼자 식사를 하다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시청에서 함께 근무하던 6급 직원은 2백억원이라는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는데 남편은 평생 그런 부정한 돈 한번 가져와본 적이 없어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부인 천영란씨(45)의 절규는 차라리 세상을 향한 한탄과 원망에 가까웠다.

문씨가 근무하던 부서는 시청 인력풀소속 폐기물처리기술 태스크포스팀. 서울시 구조조정의 여파로 9월초 폐기물시설과에서 이 팀으로 발령이 났다. 이 팀은 구조조정으로 오갈데 없는 공무원이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곳. 일종의 대기발령이었다.

79년 상사로 군생활을 마친 직후부터 서울시청에서 21년간 공무원생활을 했지만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20평의 낡은 무허가 판잣집뿐이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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