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키자와씨, 수필공모 상금 불우이웃 성금 기탁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17분


“꼭 좀 받아주세요. 서울이 제게 주신 사랑, 서울에 다시 드리는 것 뿐인데….”

며칠전 서울시청에 흰 머리를 곱게 빗어넘긴 한 초로의 신사가 찾아와 시청직원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일본인 다키자와 히데키(瀧澤秀樹·55). 오사카상업대 비교지역연구소 소장으로 현재 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도쿄대 출신으로 재일교포인 동창생 덕분에 한국사회 연구에 심취해 매년 한 두 차례 서울을 찾고 있다.

이날 그가 건넨 봉투는 10만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이 돈은 연말에 서울시 주최 수필공모전에 입상한 그가 받은 상금이다. 그러나 시청은 성금을 접수하지 않아 그는 평소 일본에서 자주 읽는 동아일보에 이 돈을 접수시켰다.

“75년이었지요. 초행길 서울에서 방을 못구해 쩔쩔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방을 구해주었어요. 그동안 서울시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정작 나는 제대로 베푼 적이 없어요.”

그런 다키자와의 서울 사랑은 각별하다. 그것은 그가 쓴 수필을 읽어 보면 느낄 수 있다. 입상한 작품은 그가 시내버스로 서울을 돌아다니며 겪은 ‘가장 즐거운 서울관광의 방법’. 82년부터 1년간 서울대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했을 때, 또 올 신년여행에서도 그는 늘 버스로 서울시내를 돌아다녔다.

금호동 판자촌과 하계 상계동 일대를 아파트단지로 개발한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놀랐다는 그는 이같은 체험기를 83년 ‘서울찬가’라는 수필집으로 일본에서 펴내기도 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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