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회고록 『김정일 對美관계 머리회전 빨라』

  • 입력 1999년 1월 9일 08시 49분


97년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黃長燁)전북한노동당비서의 첫 회고록 ‘김정일(金正日)에 대한 선전포고’가 이달말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사에 의해 일본에서 출판된다.

황씨는 10일 발행되는 월간지 문예춘추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김정일의통치술과전쟁관,북한의전쟁준비상황을 신랄히 비판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8일 보도한 황씨의 인터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민이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김일성은 놀라고 걱정하지만 김정일은 전혀 놀라지 않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성격이다. 김정일은 국내 정치가로서의 능력은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머리가 빠르다. 김정일은 이해관계를 따지는 능력이 비상하며 군부와 당지도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정치적 수완도 갖고 있다.

90년 시작된 북한의 대일교섭은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미국과의 교섭도 미국승인이 있어야 일본이 배상금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정일은 내가 망명하기 전까지 미국 대사관을 평양에 두는데 반대했으며 굳이 둬야 한다면 나진 선봉지구에 두도록 지시했다.

북한은 식량난으로 95년에 50만명, 96년에 1백만명이 아사했다. 작년까지 모두 3백50만명이 굶어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군부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무성했으며 96년말에는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후 군수산업이 마비상태에 빠진데다 군의 사기도 저하돼 김정일이 자신이 희생될 전쟁을 할 용기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이 아무리 햇볕을 보내도 북한은 옷을 벗지 않을 것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