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작가 야마모토씨, 22년째「韓人아픔」카메라 담아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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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본인의 소원은 한국의 통일이다. 그날이 오면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핀 북녘 곳곳을 누비며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마음껏 렌즈에 담고 싶다.

22년째 한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일본인 사진작가 야마모토 마사후미(49). 그의 사진첩에는 남북한을 비롯해 시베리아 사할린 옌볜 등 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한인모습을 담기 시작한 것은 76년. 카메라를 메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던 그는 지나치는 곳곳에서 일제에 의해 강제 이주한 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땅에 던져진 한인들의 한(恨)과 피맺힌 절규. 그에게 이들의 모습은 일본인의 원죄(原罪)로 다가왔고 이후 그의 인생도 크게 달라졌다. 일본에서는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한국 관련 사진이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85년부터 1년간은 아예 서울에 거주하며 한국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찾아 다녔고 이산가족의 모습을 찍어 중국 옌볜이나 시베리아로 들어가 혈육을 찾아내기도 했다. 90년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에 들어가 열흘간 평양 원산 개성 판문점 등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다녀와 책자를 출판한 이후로 그는 다시 북한에 들어갈 수 없었다. 북한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한국사진박물관에서 그동안 찍은 1백여점을 모아 사진전을 연다.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더 많이 와서 보고 일제의 만행과 잘못된 역사의 후유증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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