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 49년」이옥례교사 『제자사랑 나이도 잊었어요』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부적격 교사 퇴출 등 교단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49년째 평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삼광초등학교 5학년3반 담임 이옥례(李玉禮·64)교사.

이교사는 16세 때인 50년 5월1일 고향인 순천 중앙초등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월반해 순천사범학교(6년 과정)에 입학한 데다 당시 교사가 부족해 3학년을 수료한 뒤 곧바로 교사생활을 시작한 것. 이 때문에 교육대를 졸업하는 20대 중반이 돼야 교사로 임용되는 현행 교직 체계상 불가능한 ‘49년 평교사’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이교사는 48년 여순반란사건 때 아버지와 오빠가 살해됐고 교직 시작 한달만에 6·25전쟁이 터지는 등 교사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67년 서울로 학교를 옮긴 이교사는 그동안 촌지를 받기는 커녕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그런가 하면 49년 동안 시말서도 한장 쓰지 않았을 정도로 성실하게 교직생활을 해왔다.

내년 2월 교직생활 50년만에 정든 교단을 떠나는 이교사는 “최근 촌지문제 등으로 교직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이 안타깝다”며 “교사들을 좀더 따뜻한 눈길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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