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재계 主將」부상…美재무 만나 「할말」다해

  • 입력 1998년 7월 2일 19시 29분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명실상부한 재계 주장(主將)으로 떠올랐다.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이 건강악화를 우려, 회장 업무를 김회장에게 넘긴지 보름 남짓. 재계는 김회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전열을 정비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파상적인 개혁공세를 수용하되 ‘가릴 것은 가리고 챙길 것은 챙기겠다’는 재계의 의지가 김회장을 정점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1일에 있었던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과 4대그룹 총수간 회동은 김회장의 주장 역할이 빛난 자리였다.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높은 부채비율 등 껄끄러운 루빈장관의 질문에 대해 김회장은 ‘직설적으로’ 할말을 했다는 평. 일정 바쁜 총수들을 한데 모아 전격적으로 임시 회장단회의를 열어 청와대 회동대책을 논의한 것도 김회장의 리더십이 돋보인 부분.

김회장은 2일 오전 8시45분 전경련회관으로 출근했다. 회장단 회의가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이 전경련 사무국으로 출근한 것은 처음이자 매우 이례적인 일. 최종현 회장은 SK그룹 집무실에서 전경련 사무를 보아왔고 유창순(劉彰順)전회장도 간혹 사무국에 출근하긴 했지만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경련회관 2층 회장 집무실에는 아직도 책상이 없다.

김회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회장단의 회동에 대비, 많은 주문을 했다. △금융시스템 마비실태 △하반기에 본격화될 정리해고 △위기를 맞은 수출확대 등 문제에 있어 현황 및 재계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대통령에게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재계가 당면한 처지를 객관적으로 알리려는’ 김회장의 의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경련 관계자는 전언.

김회장은 2시간여동안 업무를 본 뒤 “자주 나와 할 일을 챙기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경련을 떠났다. 김회장의 이례적 출근이후 전경련 사무국은 긴장감속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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