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공작 파문／인터뷰］김종호 국회 정보委長

‘북풍사건’을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김종호(金宗鎬)위원장은 18일 저녁 큰 액땜을 했다. 이종찬 안기부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안기부 비밀문건에 대한 질의응답을 벌이다 저녁식사를 위해 승용차편으로 국회를 나서다 정문앞에서 5중 충돌사고가 발생, 가벼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가 치른 액땜처럼 정치권의 공멸(共滅)위기까지 우려되던 비밀문건 유출파동은 이날을 기점으로 한고비를 넘긴 듯한 분위기다.

이와 관련, 김위원장은 “비밀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다만 안기부의 내부첩보보고 수준의 내용으로 신빙성에 무게를 둘 수 없는 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5공 때 내무부장관을 지내며 정보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준(準)전문가. 이런 입장에서 비밀문건이 공작결과를 보고한 정보가 아니라 미확인첩보 수준의 내용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이안기부장은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공작자금 전달내용이나 각 대선후보 진영의 대북접근사실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여러차례 문건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위원장이 걱정하는 대목은 사안의 확대가 국가안보차원에서 백해무익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이다.

그는 “사안은 둘째치고 북한측이 우리의 상황을 보고 웃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라며 “공작이란 항상 이용과 역이용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간명하다. 미확인 첩보문건으로 특정정당이나 개인의 명예가 실추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또 조용한 가운데 기관에 의해 진상이 규명돼야 하지만 결과는 공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회의운영도 이런 방향으로 할 생각이다.

그는 여과없는 미확인 첩보의 전달과 확산이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도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