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 혼절 무명복서,장기 7명에 나눠주고 生마감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진정 위대한 복서.’

경기중 부상으로 링에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한 권투선수가 자신의 장기를 일면식도 없는 일곱사람에게 나누어 준 뒤 27일 고귀한 생을 마쳤다.

제주 출신의 무명복서인 양훈석씨(24)는 2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 아마복싱협회 주최 선수권대회에 출전, 경기를 벌이다 상대선수가 휘두른 주먹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어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26일 소생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비보를 접한 아버지 양성균씨(53·목사·북제주군 구자읍 행운리)는 가족회의 끝에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앙병원 장기기증센터에서 심장 간 신장 췌장 각막 등 모두 7개의 장기를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버지 양씨는 “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상경한 뒤 2년여 동안 소식이 끊겨 권투같이 험한 운동을 하는지도 몰랐다”며 “가족회의 끝에 아들의 장기로 다른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각의 링에서 자신의 젊음과 꿈을 불태웠던 무명의 복서는 세계챔피언보다 더욱 고귀한 ‘생의 게임’을 마치고 조용히 저 세상으로 갔다.

〈성동기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