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정영주양 장기이식…『열두살 천사』의 성탄선물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성탄절인 25일 12세 소녀가 짧은 삶을 마감하면서 8명의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장기를 기증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인제대 부속 부산백병원 5층 중앙수술실에서 뇌사판정을 받은 울산 명정초등학교 5학년 정영주양은 자신의 장기를 8명의 환자들에게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다. 영주양은 간호사가 돼 환자를 돌보겠다던 열두살 어린 소녀의 꿈을 포기, 심장과 폐 간 신장 각막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영원한 삶을 택했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우유배달을 하면서도 자녀사랑에 극진했던 어머니를 둔 명랑한 영주양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8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했던 영주양은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다. 기독교 신자인 영주양의 아버지 정병호씨(34)와 어머니 이미연씨(34)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딸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장기를 기증키로 결심하고 「사랑의 장기기증」 부산지역본부에 이같은 뜻을 전했다. 25일 수술이 끝난 영주양의 심장과 폐는 인천 길병원으로 옮겨져 심장병과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이식됐다. 간은 금명간 부산 고신복음병원에서 선천성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는 생후 14개월 된 아기에게 이식된다. 또 두개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3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군(16)과 주모씨(41)에게, 각막은 30대 주부 등에게 이식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박문두·조용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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