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할머니」, 高大에 21억땅 기증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17일 오후 고려대 총장실에는 잠시 「IMF한파」를 잊게 해 주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문순이(文順伊·76·여·부산 금정구 구서2동)씨가 억척스럽게 마련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약 1백40평 대지(시가 21억원상당)를 고려대에 장학기금으로 내놓는 기증식이 열린 것. 홍일식(洪一植)총장은 인사말에서 『각박해지는 요즘 문할머니의 선행(善行)이 한줄기 감로수(甘露水)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고 말했다. 해방이후 부산 국제시장에서 40년 넘게 「평화상회」라는 잡화도매상을 운영해온 문씨는 평소에도 경제적 어려움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종업원이나 친인척에게 장학금을 주곤했다. 연보랏빛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 홍총장에게 장학기금서를 전달한 문씨는 『장학기금을 법대생의 인성교육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둘째 딸 최혜선(崔惠先·42)씨는 『어머니께서는 늘 2남2녀의 자식과 법조인인 두 사위에게 「높은 지위를 얻는 것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이기수(李基秀)특수법무대학원장은 『어렵게 모은 돈을 쾌척한 문할머니의 고귀한 뜻에 감명을 받았다』며 훌륭한 법조인 양성을 다짐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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