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그레이트 점프’가 필요한 때[기고/안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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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걸 국회의원·전 기획재정부 2차관
안도걸 국회의원·전 기획재정부 2차관
1957년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미국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이듬해 10월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고 과학기술 투자에 국가 역량을 집중한 결과, 12년 뒤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AI)이라는 또 다른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고 있다.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인지와 판단’까지 혁신하는 수준이다. 산업혁명의 본질인 생산성 혁명을 AI가 확실히 바꾸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 질서도 급변하고 있다. 기술은 안보가 되었고, 공급망은 전략자산이 되었다. 기술·에너지·데이터가 하나의 전략 단위로 결합되는 경제안보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추격국가로 머물 수 없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순응할 것인가, 세계 AI 질서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인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모빌리티, 초정밀 센서, 첨단 소재·부품·장비 산업도 세계 수준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대한민국 제조업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력 경쟁력이 AI 경쟁력이다. 우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자재, 초고압 변압기, 전력 케이블 등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와 전력기기, 원전 산업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는 흔치 않다.

문제는 기회의 구슬을 꿸 전략이다. 대한민국이 AI G3를 넘어 세계 성장의 엔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코리아 그레이트 점프(Korea Great Leap)’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 AI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컴퓨팅 인프라와 원천기술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조속히 구축하고 신경망처리장치(NPU),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둘째, 첨단 제조 생태계를 국가 성장엔진으로 육성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앵커기업의 성장 효과가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용인, 광주, 구미 등 전략산업 거점을 연결해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가 결합된 최첨단 제조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AI 시대 전력망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 전력망은 AI 시대의 고속도로다. 국가 기간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고 민간 투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역 전력을 첨단산업단지와 수도권으로 연결하되,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분산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국익 중심의 전략적 실용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중심 기술동맹 속에서 우리의 지분을 확대하고, 유럽·아세안·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과 원자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AI 인프라, 원전, 전력기기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실용외교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거대한 시험대이자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산업화의 기적을 만들었고, 정보화 혁명을 성공시킨 나라다. 이제 세 번째 도약이 남아 있다. 준비와 선점을 통해 AI G3를 넘어 세계 성장의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국가가 미래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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