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도 안 사고 당첨 기대? 기회는 제발로 오지 않는다[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최근 내가 운영하는 사업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여태까지는 고정된 팀원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불러 모아 일해 왔는데, 팀원들을 뽑아 지속적으로 함께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일정이 맞을 때만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팀원으로 합류하도록 제안했고, 거기에 새로운 도배사들을 뽑아 총 8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우리 팀의 막내는 2003년생으로 나보다 나이가 무려 열 살 어리다. 그런데 이 친구를 만나게 된 방식이 꽤 인상 깊다. 보통은 도배팀을 운영하는 사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인’ 글을 올리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오고, 그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부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회사의 직원 채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친구는 자신이 먼저 ‘구직’ 글을 올렸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도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일자리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그 글에서 성실함과 간절함, 진심이 느껴져 내가 먼저 연락을 했고 함께 일하게 됐다.

일자리를 찾는 대부분의 도배사는 일하는 장소와 업무 내용, 일당 등이 포함된 구인 글을 보고 괜찮은 일자리라고 판단되면 연락을 한다. 간단하면서도 편리하게 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 자기 소개 글을 써서 올리고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작지만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언제 누가 연락해 올지 모르고 한동안은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팀을 찾기 위한 도전이 분명했다.

그 친구와 함께 일한 지는 두 달 남짓 되었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 어려서부터 계속 운동을 하던 친구였는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고민은 많이 하되 일단 결정하고 나면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는 그 친구는 늘 단단해 보인다.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라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그 기회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인생 역전의 기회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조금 더 용기를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게 변화가 생기고, 결국 그것이 모여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

나는 내 인생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 친구만큼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을까? 내가 적극적으로 용기를 냈던 순간들과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해 포기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 역시 도배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 용기 내어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려놓고, 그 친구처럼 계속해서 작은 기회들을 만들어 가다 보면 그것이 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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