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장애 고려한 디자인, 더 많은 사용자 부르는 열쇠로

  • 동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13억 명 이상의 인구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틈새시장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소외된 사용자를 위해 개발된 혁신이 궁극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창출하고 주류 시장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있다. 장애를 낙인과 결부시키거나 자선 활동으로 취급할 때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 시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애를 ‘혁신의 원동력’으로 바라보면 그 시장이 매우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세이프티 텁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워크인 욕조’는 옆면에 문이 달린 욕조로, 원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을 위한 장치로 고안됐다. 욕조가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뒤집은 제품이다. 이 욕조가 시장에 출시되자 예상치 못한 수요가 폭발했다. 과체중인 사람들, 수중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운동선수들, 나이와 무관하게 관절염·요통·관절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설치를 요청했다. 이어 마사지 기능의 물줄기, 편안한 기포, 색채 치료 같은 기능은 휴식과 근육 회복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까지 끌어모았다. 덕분에 이 사업은 약 7억5000만 달러(약 1조875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비자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이처럼 장애인을 위해 시작한 혁신이 더 많은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을 ‘디자인 증폭’이라고 명명했다. 디자인 증폭이란 시각, 청각, 운동, 인지 등 신체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제품을 주류시장 제품으로 변모시키는 전략이다. 보통 기업이 주류 고객층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까닭은 그 소비자층의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 증폭은 제약을 지닌 사용자에서 시작해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성까지 잡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연구진은 이 전략을 체계화해 디자인 증폭의 5단계를 도출했다. 예를 들어 스포츠 음료의 포장을 재설계한다고 해보자. 디자인 증폭을 위해서는 먼저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니라 명확히 정의된 하나의 소외 집단을 선정해 그들의 문제나 장벽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가령 3600만 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이 영양 정보와 맛을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를 인지하는 게 사업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둘째, 사용자 여정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제품 발견부터 폐기까지 모든 접점을 추적해 어떤 물리적 동작이 필요한가, 어디에서 경험의 단절이 발생하는가를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하나의 장애를 위한 솔루션이 다른 유형의 장애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가치 지도를 그려야 한다. 시각장애인용 설계가 라벨을 멀리서 읽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외국인 관광객 같은 상황적 사용자와 바쁜 쇼핑객 같은 주류 사용자까지 지원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세 단계는 솔루션 설계 이전에 총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모든 병에 촉각 나비렌즈를 적용해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영양 정보를 확인하게 하고, 같은 기술로 다국어를 지원하며, 원산지 스토리·운동선수 추천 콘텐츠 등 브랜드 경험까지 구현하는 식이다. 다섯째, 전 집단을 대상으로 제품의 효용을 검증하면서 과업 성공률, 오류 빈도, 인지적 부담 등을 측정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 5단계 전략을 가속화한다. AI 이미지 모델은 프로토타입 제작 전에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시험하고, 상호작용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장 테스트에 투자할 최적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추려낼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 증폭을 경쟁 우위로 활용하려는 리더라면 혁신 과정에서 접근성이 제약되는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장애 관련 고려 사항들을 설계 후 규정 준수 단계로 미루지 말고, 제품 개발 초반부터 특정 장애를 관점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확산성이 높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AI, 햅틱 피드백, 음성 인식, 스마트 센서는 접근성 도구를 넘어 주류 시장의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조사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일반 포커스 그룹 대신 극심한 제약을 지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관절염이 제품 사용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하는 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리더는 주변부를 위한 디자인이 실제 중심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런 전략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장애를 고려한 디자인이 혁신의 열쇠로’를 요약한 것입니다.

#장애인#디자인 증폭#주류 시장#세이프티 텁스#워크인 욕조#생성형 인공지능#사용자 경험#제품 개발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