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부자의 비싼 취미? 21세기 인프라 길목 쥐고 “스리~ 투~ 원~”[최중혁의 월가를 흔드는 기업들]

  • 동아일보

사상 최대 IPO 예고편, 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공개한 미래 달 착륙 상상도.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가 공개한 미래 달 착륙 상상도. 스페이스X 제공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역사상 가장 큰 기업공개(IPO)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월가 IPO 전문 은행가들 입에 자주 오르는 말이다. 이 회사는 4월 1일(현지 시간) 비밀리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신고서(S-1)를 제출했다. 노리는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940조 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월가 5대 투자은행이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보조 인수단까지 더하면 은행 21곳이 줄을 섰다. 조달 예정 금액은 750억 달러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세운 IPO 사상 최대 조달액(약 294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몸값 변화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2024년 6월 약 210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같은 해 12월 3500억 달러, 2025년 7월 4000억 달러로 오르다가 그해 12월 8000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올 2월 사모시장에서는 1조3100억 달러로 평가됐다. 1년 반 만에 6배가 뛴 셈이다. 최종 2조 달러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미 상장사 시가총액 5위 안에 곧장 진입한다. 시장은 IPO 사상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30%의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통상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월가가 거액의 베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회사는 더 이상 머스크의 ‘화려한 취미’가 아니다. 2025년 한 해 165차례 팰컨9 로켓을 쏘아 올려 미국 전체 궤도 발사의 약 85%를 차지한 발사 시장의 슈퍼파워다. 이에 더해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위성통신 강자 스타링크의 모회사이며, 우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신산업의 개척자다.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이자 달과 화성 탐사에 쓰일 ‘스타십’이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이자 달과 화성 탐사에 쓰일 ‘스타십’이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벼랑 끝 성공, 로켓 재사용 개척

스페이스X의 역사는 곧 머스크의 야망사다. 페이팔 매각으로 거액을 쥔 머스크는 2002년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의 한 창고에 회사를 세웠다. 시드머니는 1억 달러였고, 목표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였다. 출발은 처참했다. 2006∼2008년 세 차례 발사한 팰컨1이 모두 폭발했다. 자금은 바닥났고, “괴짜 정보기술(IT) 사업가의 우주 장난감이 끝났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벼랑 끝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2008년 9월 팰컨1 4차 발사가 성공했고, 같은 해 12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16억 달러 규모의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보급 계약을 맡겼다. 2015년 12월 팰컨9 발사 후 1단 부스터를 지구로 멀쩡하게 회수했다. 한 번 쓰고 버리던 로켓이 비행기처럼 다시 사용되는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1단 추진체가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재사용은 발사 비용을 대폭 낮췄다. 경쟁사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가 발사 한 건당 4억 달러를 부르던 시절, 스페이스X는 같은 임무를 6000만 달러대에 가져왔다. 글로벌 발사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AI-우주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

스페이스X를 단순한 로켓 회사로 본다면 오산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제는 스타링크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2019년 첫 위성 발사 이후 지구 저궤도에 1만 기 이상의 소형 위성을 띄웠다. 우주 데이터 제공업체 스페이스 스태티스틱스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있는 전체 활성 위성의 65%를 차지한다. 가입자는 2022년 12월 100만 명을 돌파한 뒤 2024년 9월 400만 명, 2026년 2월에는 1000만 명을 넘었다.

매출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위성통신 분석기업 퀼티스페이스에 따르면 스타링크 매출은 2022년 14억 달러에서 2024년 77억 달러로 뛰었고, 2026년에는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이 약 20억 달러로 처음 흑자 전환했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세계 1위 부자의 ‘우주 취미’라는 지적을 받던 회사가 캐시카우를 확보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올 2월 정체성을 흔드는 도박을 했다.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전량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한 것이다. 합병 후 통합 법인 가치는 1조2500억 달러다. 블룸버그는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이유는 명확하다. 우주에 거대한 AI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합병 사흘 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최대 100만 기 규모의 ‘궤도 컴퓨팅 위성군’ 운용 신청서를 제출했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진공 우주의 자연 냉각 환경을 활용해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한계를 우회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2, 3년 안에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비용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거창한 계획을 실현할 무기가 초대형 화성 탐사 우주선 ‘스타십’이다.

4월 21일에는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를 600억 달러에 인수하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브 코딩(일반 언어로 대화하듯 코딩하는 것)’ 열풍을 주도하는 커서를 품으면 xAI의 거대언어모델 ‘그록(Grok)’과 결합해 개발자 생태계까지 장악할 수 있다. 발사, 통신, AI 모델, 개발 툴까지 한 회사 아래로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롤러코스터 타는 월가의 평가

모건스탠리는 스타링크가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 대부분을 뒷받침하며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대 통신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스타링크의 단독 사업 가치를 약 1500억 달러로 봤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우려는 눈높이를 너무 높였다는 것이다. 2026년 예상 매출 200억 달러대 기준 시가총액 2조 달러는 주가매출비율(PSR) 80배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평균(약 3배)이나 우주 인프라 기업 평균(10배 안팎)과 비교가 안 된다. 스페이스X는 마진이 높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 지출이 요구되는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리스크도 제기된다. 첫째, ‘머스크 리스크’다.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머스크의 사이가 틀어진 뒤 미 행정부는 1750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프로젝트에서 스페이스X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둘째, 경쟁 격화다.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이끄는 아마존은 올해 중반 위성통신 ‘아마존 카이퍼’를 정식 개시한다. 또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통해 대형 발사체 ‘뉴 글렌’을 띄우기 시작했다. 셋째, xAI 자금 부담이다. 산업 분석가들에 따르면 xAI는 매월 10억 달러를 태우고 있다. 본업이 만든 현금을 자회사가 거의 다 쓰는 구조다. 넷째, 스타십 실행 리스크다. 우주 AI 데이터센터, 달과 화성 진출, 차세대 위성 모두 스타십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 지난해 시험비행 5차례 중 3번이 실패로 끝났다.

시작된 상장 카운트다운

스페이스X는 24년 전 캘리포니아의 한 창고에서 직원 7명으로 출발했다. 화성으로 가겠다며 팰컨1을 세 번 폭파시키고 파산할 뻔했던 회사가 이제는 1000만 가구의 인터넷, 미국 위성 발사의 85%, 펜타곤(미 국방부 본청)의 핵심 통신망, 우주 AI 데이터센터의 청사진을 손에 쥔 거대 인프라 제국이 됐다.

월가가 스페이스X에 2조 달러를 매기는 것은 단순한 우주기업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발사장, 위성, 통신망 등 21세기 인프라의 길목을 손아귀에 쥔 기업에 대한 가격이다. 머스크는 늘 “공개시장의 분기 압박은 장기 비전을 좀먹는다”고 외쳐 왔다. 그러나 우주에 100만 기의 위성을 띄우고, 화성과 달 기지로 향하는 꿈을 위해선 비공개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자본이 필요했다.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의 점화 직전, 월가 전체가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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