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산 매각 97%가 수의계약… 미래를 헐값에 파는 일[사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23시 32분


인천 송도신도시 기숙사 건물 전경.
인천 송도신도시 기숙사 건물 전경.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땅·건물 등 보유한 공유재산을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각해 현금화하고 있다. 지방세와 중앙정부 교부금으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할 자산까지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특혜, 부정부패 논란도 수시로 불거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유재산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매각 전면 중단을 지시했는데, 비슷한 일이 지방정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2023년 전국 지자체의 공유재산 매각 수입은 8조1857억 원이었다. 이 기간 임대료·수수료·과징금 등 지자체 ‘세외 수입’의 5% 규모다. 공유재산 매각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 11곳에서 이뤄진 공유재산 매각 자료를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96.6%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팔렸다. 공개경쟁 입찰의 원칙을 지킨 사례는 3.4%에 불과했다.

값이 싼 토지, 민간 소유지에 인접한 자투리땅 등이 주로 수의계약으로 팔리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경쟁 입찰 없이 특혜성으로 매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무적으로 지자체장 자문기구인 공유재산심의회를 거쳐야 하는 5억 원 이상 부동산도 실질적 논의 없이 ‘이의 없음’으로 통과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매각이 꼭 필요한 일인지, 가격은 적절한지 검증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특혜를 줬다가 적발된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자유경제구역청 소유 빌딩 터는 2018년 감정가보다 30억 원 이상 싼 50억 원에 수의계약으로 팔렸는데, 나중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고 매각 담당자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선 2022년 매각할 법적 요건이 안 되는 시유지를 담당 공무원이 수의계약으로 팔아넘기고, 중간에서 대금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자체들이 공유재산 매각을 늘리는 건 인구 감소 등으로 줄어드는 세수 대신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정들은 지자체들이 체계적인 기준과 원칙 없이 미래 자산을 처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정부는 국유재산 재정비와 함께 전국 지자체들이 보유한 공유재산이 제대로 관리되고, 제값에 팔리는지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설#공유재산#지방자치단체#수의계약#국유재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