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계기업이 GDP 0.5% 끌어내려”… 퇴출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3일 23시 24분


뉴스1
이자도 갚지 못해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을 제때 퇴출시켰다면 국내총생산(GDP)이 0.4∼0.5% 더 증가했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명목 GDP로 환산하면 한계기업을 살리느라 10조 원 이상의 성장 기회를 놓친 셈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성장 둔화에 빠졌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이 12만여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든 2014∼2019년 ‘퇴출 고위험’ 기업은 4%였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로 절반에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후인 2022∼2024년에는 퇴출 고위험 기업 가운데 0.4%만이 정리됐다. 이들 퇴출 고위험 기업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두 시기에 국내 투자는 각각 3.3%, 2.8% , GDP는 각각 0.5%, 0.4%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재무 건전성이나 실적으로 보면 퇴출돼야 할 기업이 살아남아 혁신 기업의 진입을 막고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위기 때마다 정부의 무분별한 금융 지원과 정책 자금이 부실기업으로 흘러가 구조조정을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과 달리 경기 침체기에 부실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는 시장 재편 메커니즘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 등을 의식해 기업 회생과 청산을 정치 논리로 해결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부실기업에 산소호흡기를 계속 달아준 결과 3년째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 17%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좀비기업은 서둘러 퇴출시키고,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악화됐지만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생산적 금융’이 한계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도 막을 필요가 있다.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부실기업을 계속 끌어안고 가다가는 더 큰 위기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한계기업#좀비기업#구조조정#국내총생산#경제성장#금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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