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트럼프 노벨상 추천한 민주당 의원… 뜬금없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23시 18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휴대전화 문자나 사진, 수첩은 언론사 사진 기자들의 단골 취재 포인트다. 3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 역시 수첩 속 메모가 촬영되면서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르웨이 위원회에 제출·접수 완료-미 측 통보(당분간 비공개) (백악관 보고 예정)”이라는 손글씨였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에게 설명됐고,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됐다고 당 대변인이 확인해줬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전기를 만들 단계까지 갔었다”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싱가포르, 하노이(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낸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싶은 듯했다. 그렇잖아도 트럼프는 요즘 김정은과 맺은 친분을 강조하며 모종의 북-미 간 관계 개선을 노리는 형국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1차장과 원장 특보를 지내면서 이 과정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

▷박 의원의 생각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대체로 박한 편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수백 대의 카메라를 봤느냐”는 트럼프 자랑처럼 그의 이벤트 본능에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북한 비핵화에는 의미가 없었다.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정은은 평북 영변 내 낡은 핵시설에 국한해 폐쇄하는 대가로, 2016년 이후 유엔과 미국의 모든 경제 제재 해제를 반복 요구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후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인용하기 민망한 말폭탄을 쏟아냈는데, 그런 뼈아픈 사정을 가장 잘 알 만한 인물이 박 의원이다.

▷칭찬 받기를 즐기는 트럼프의 마음을 사려는 뜻이라면 추천도 생각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도 2018년 트럼프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일본 내에서 “트럼프가 자격이 되느냐”부터 “너무 친미 굴종”이란 비판이 있었는데, 아베 총리는 ‘국익에 도움 된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 민주당으로서도 트럼프의 마음을 얻어야 할 절실한 사정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 시도 때 탄핵소추문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수했다”는 표현을 민주당이 썼다가 미국 조야의 비판을 샀다.

▷올 들어 이스라엘-하마스는 휴전을 진행 중이고, 어쩌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멈춰 설 수 있다. 두 전쟁이 종식된다면 트럼프 공로는 부인할 수 없고, 노벨 평화상의 수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너무나 논쟁적이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에 대한 유죄평결, 소수자 폄훼, 우방국 정상 조롱 등 국제사회 비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당에도 트럼프 행정부와 이익을 나누는 실용적 관계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노력이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왠지 뜬금없게 느껴진다.

#트럼프#노벨상#노벨평화상#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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