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 잡화점’ 공수처장 후보… 이런 사람 말고는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7일 23시 30분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제 국회에서 진행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추궁이 쏟아졌다. 딸에게 땅을 편법으로 증여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등 공수처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판사 재직 시절 직업을 속이고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오 후보자의 딸은 20세였던 2020년 어머니 명의의 경기 성남시 땅을 4억2000만 원에 샀다. 이 중 3억 원은 오 후보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법률 전문가인 오 후보자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교묘한 방식으로 싼값에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학생이던 오 후보자의 딸은 오 후보자가 소개해준 3곳의 법무법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3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여당에서도 “‘아빠 찬스’에 대한 국민 분노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은 로펌에서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일하도록 한 것도 상식과 어긋난다. 오 후보자의 아내는 약 5년간 근무하면서 2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오 후보자는 “아내가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야당에서는 탈세 목적으로 아내를 위장 취업시켜서 오 후보자가 받을 급여를 나눠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판사로 재직하던 2004년 오 후보자가 당시 여당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300만 원을 기부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오 후보자는 기부금을 내면서 직업을 ‘자영업자’라고 적었다. 판사의 정치운동 관여를 금지한 법원조직법을 의식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정치적 중립성과도 관련 있는 부분인 만큼 왜 기부금을 냈고 다른 직업을 쓴 이유는 뭔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오 후보자는 땅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세무사의 자문에 따랐다”면서도 “사죄한다”고 밝혔다. 부인을 채용한 것에 관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후원금 문제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몇 마디의 사과는 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이 너무 많다. 지난해 11월부터 후보자 선정 작업이 진행됐는데 그동안 검증은 제대로 한 것인지, 정말 이런 ‘의혹 잡화점’ 수준의 인물밖에 없었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혹 잡화점#공수처장 후보#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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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8 04:23:26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에 법조인 대부분이 저런 사람처럼 부도덕하고 부패했다고 봐야 하는데 한국사회게 공정과 상식은 사라지고 저런 파렴치한 사람이 공수처장이 된다면 기가막힐 일로서 오씨 망신 그만 시키고 스스로 하차해라.

  • 2024-05-18 06:31:42

    공수처장 후보가 온갖 비리를 자행하고 살았다니. 게다가 판사 출신이라고. 고기 가게 감시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

  • 2024-05-18 05:37:32

    이젠탄핵밖에답이없다..조.중.동도반성하고탄핵에협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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