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생 집단 유급 임박… 대책도 없이 대화도 않고 파국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2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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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유급 처리가 임박했다. 전체 의대생의 75%인 1만4000여 명의 휴학 신청자들이 이대로 복귀하지 않으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을 당하게 된다. 의대 교육이 파행하고 의사 배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전국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이 피해를 볼 경우 집단 사직에 나설 태세여서 집단 유급 여부는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환자를 떠나는 제자들을 말리기는커녕 뒤따라 나간다는 의대 교수들도 실망스럽지만 이를 보고도 속수무책인 정부 역시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흔들림 없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으나 말뿐이다.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이 집단 사표를 내자 정부는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절차를 밟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그날이 되도록 소식이 없자 복귀 시한을 이달 3일로 연장하고 이후로는 “선처 없다”더니 그래도 소용없자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선처하겠다”며 다시 물러섰다. 업무 복귀 ‘명령’이 아니라 ‘호소’에 가깝다.

의대 증원에 대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정부의 공언도 실언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원로와 전문가들이 수차례 중재안을 제시하며 의정 간 대화를 촉구했지만 대표성을 가진 단체를 찾다 11일에야 보건복지부 장관이 처음 전공의를 만났는데 그것도 대표성 없는 일반 전공의와의 비공식 만남이었다고 한다. 비상 진료체계도 허술하기만 하다. 전공의 1만2001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공중보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정확한 숫자도 모르는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마땅한 대응책도 없고 공식 대화 채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뭘 믿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인 ‘2000명 증원’을 지른 건가.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했다는 피해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의료 혼란이 올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말리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도 국민 건강에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기 전에 의정이 합리적인 중재안들을 토대로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의대생#집단 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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