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때마다 물갈이… 이런 정치구조부터 개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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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3.12.21 뉴시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3.12.21 뉴시스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정당이 위기 의식을 느낄 때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툭하면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를 불신하고 비대위를 꾸리는 나라가 버젓한 나라 중에 우리 말고 또 있을까. 변화의 모색도 습관적이 돼 선거 때마다 반복되다 보니 의원들의 면면이 좀 바뀐 것 외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1970년대생인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계기로 ‘정치 세대교체’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국힘은 2020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40% 이상을 물갈이했다. 그 자리에 채워 넣은 초선들로 국힘이 바뀌었는가. 그들은 적절한 비판으로 정부를 견인하기보다는 오히려 재공천을 바라며 당정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초선들이 국회를 더 상스럽게 만들고 정치 대립과 사회 갈등을 심화시켰다.

국힘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MZ세대인 이준석 씨를 당 대표로 뽑았다. 그러나 국힘은 이 씨로 인해 바뀌지 않았고 이 씨도 갈등만 빚다가 퇴진당했다.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 일찍부터 총장감으로 여겨질 정도로 수사에 능했고 법무장관 때는 야당의 무리한 질의에 날카로운 언변으로 대응해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검사로서 또 장관으로서 박수를 받았던 장점은 정치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어 기대감 못지않게 불안감도 크다.

당을 대표하는 얼굴이 바뀐다고 당이 바뀌지 않는다. 당이 공천하는 후보자가 대거 바뀐다고 당이 바뀌지도 않는다. 개혁은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라 물갈이를 해서 채워 넣은 의원들을 또 물갈이해야 하는 정치 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여당에서는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통해 공천에 개입하고, 야당에서는 당 지도부가 공천을 전횡하는 구조로는 국회를 바꾸지 못한다. 아래로부터, 그리고 당심(黨心)을 넘어 민심(民心)에 부응하는 물갈이여야 국회를 바꿀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신인으로서 정치개혁의 기대를 모았으나 오히려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강화했다가 비대위 체제를 맞았다. 한 위원장도 정치 신인이다.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화려한 물갈이 외침 속에 간과하기 쉬운 맹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정 관계를 정상화해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차단해야 진정한 물갈이가 가능하다. 당 스스로도 지도부가 좌지우지하는 공천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공천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 의식#정치 세대교체#민심#수직적 당정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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