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노인 평균 연금소득 월 60만 원”… 연금격차도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7일 0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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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9명은 재작년 기준으로 1개 이상의 연금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사적연금을 통틀어도 1인당 연금소득은 월 60만 원에 불과했다.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24만6700원, 2인 가구는 207만700원.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받아도 어디서라도 소득을 보충하지 않으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퇴한 부부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인생 2막’은 중년층의 로망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실현하기 힘든 꿈이다. 평생 번 돈 대부분을 자녀교육 등에 써버린 바람에 은퇴 후 삶을 즐길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2021년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가 있는 60세 이상 가구 10쌍 중 3쌍은 남편과 아내가 맞벌이로 일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게 연금 등을 통한 노후 준비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포괄적 연금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1인당 연금소득은 올해 처음 60만 원에 턱걸이했다. 매년 4만 원 안팎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금 수급자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수급액도 남성이 78만1000원으로 44만7000원인 여성보다 많다. 남성이 직장생활을 더 많이, 오래한 영향이다. 그 결과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6년을 더 살지만 여성 1인 가구의 빈곤율은 65.1%로 남성의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은퇴 후 연금소득 격차까지 크다는 점이다. 최상위 5%의 수급액은 월 200만 원 이상인데, 최하위 21%는 25만 원 미만이다. 집을 가진 노인의 한 달 수령액은 76만2000원으로 47만2000원을 받는 무주택자보다 훨씬 많다. 무주택자의 노후 주거비 부담이 더 큰데 연금소득은 적은 것이다. 집이 있다고 다 편안한 것도 아니다. 이달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집값이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아지자 집을 담보로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평소보다 40%가량 급증했다.

▷국민연금만 보면 평균 월 수급액이 38만5000원으로 여전히 ‘용돈연금’ 수준이다. 가입 기간이 짧은 노인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부가 제공하는 월 30만 원짜리 쓰레기 줍기, 산불 감시 ‘세금 알바’에 노인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달 47%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터를 못 떠나는 빈곤층 노인들을 더 두텁게 지원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서둘러 손봐야 하는 이유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노인#연금소득#월 60만 원#연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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