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선 배신자 징계론… ‘개딸 전체주의’
영장기각 사유 “공직선거법 재판 출석 감안”
“고 김문기 모른다” 판결, 총선 전에 내려야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4일간 단식 끝에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난 듯한 감동이었다. 무조건 정부여당부터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야당 대표한테 꼭 한가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날이 밝자 이재명과 민주당에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로 돌변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수호를 내걸고 새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 복원을 촉구하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복원을 절대 하지 말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구속을 않는다는 것이지,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 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부라도 받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이재명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 승리를 하겠다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지지로 차기 대선 후보까지도 문제없다고 믿는 듯하다. ‘정당정치의 꽃 대의원’도 없애라는 개딸들이 당내 경선을 장악했으니 대선도 좌우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기 바란다. 말이 좋아 ‘팬덤 정치’이지, 북조선이나 서조선(중국)에선 우상숭배다. 개딸을 이용해 이재명은 반대파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좋다. 충성스러운 반대파를 용납 못 하는 ‘재명 전체주의’, 그 말이 싫다면 ‘개딸 전체주의’다. 그래서 이재명은 그 많은 비리 혐의에도 저토록 당당한 거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892자 영장 기각 사유 중 놓쳐선 안 될 대목이 있다.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는 부분이다.
‘별건 재판’은 이재명이 3월부터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을 말한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수사 중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사람을 안다고 할 때 과연 어디까지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지, 따지고 들면 심란하긴 하다. 하지만 인두겁을 쓴 사람이면,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면 더욱 그렇다.
7월 14일 법정에 나온 고인의 아들은 “식사 도중이나 밤늦게, 주말에도 (아버지는)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신 업무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겠나.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저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을 나는 믿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인 줄 알더라”던 이재명 같은 정치인에게 더는 속고 싶지 않다.
1심 판결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나올 경우, 가볍게 볼 수 없다.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은 선거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434억 원을 당사를 팔아서라도 반납해야 한다. 이재명은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최종 확정까진 안 가더라도 이런 당 대표를 제1 야당이 언제까지 떠안고 갈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속히 판결하기 바란다. 민주당이 자격 없는 당 대표의 총선 공천장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