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서울 생활물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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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트 매대 앞에서는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잖다. 사과나 복숭아는 서너 개만 담아도 1만 원, 삼겹살은 얇은 한 팩이 2만 원이 넘으니 사람들은 “장보기가 겁난다”며 한숨이다. “헉” 소리가 나오는 야채와 과일값의 고공 행진에 더해 수입 밀가루와 설탕, 명태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자재값도 지난해와 비교해 20%에서 최대 50% 이상 뛰었다.

이런 체감 물가는 주요 도시의 물가 순위를 비교한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물가 통계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식료품 물가 순위는 전 세계 557개 도시 중 15번째로 홍콩(40위), 싱가포르(48위), 도쿄(144위) 등 아시아 주요 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도시들과 비교해도 뉴욕(12위), 샌프란시스코(13위) 같은 미국 대도시 수준에 육박한다.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으면서 해외 주요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가격 급등, 기후변화 여파 등으로 가격 불안정성도 커져 있다. 중국의 경우 위기론까지 나오는 경기 침체로,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 탓에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이를 감안해도 서울의 물가는 유독 높아져 있는 상태다. 식료품 가격에 외식비, 교통비 등을 합친 생활비도 서울은 도쿄나 타이베이보다 최소 25% 이상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비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대가 비슷한 햄버거나 커피 프랜차이즈마저 서울이 더 비싸다. 운영업자들은 전기료와 임대료 인상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음식값은 어느새 외국인 방문객들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까지 치솟아 있다.

한국은 올여름 폭우, 폭염 등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 다시 3%대로 올라선 상태다.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가 고물가 시름에 덮일까 우려된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연말까지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가는 물가대로 고공 행진을 하고 경기마저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서울#생활물가#식자재값#물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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