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바이든 휘청’에 점증하는 ‘트럼프 시즌2’ 시나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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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0년 넘는 정치 역정을 통해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정치인이다.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을 지냈다. 그런 그가 대통령 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위기에 처했다. 지난주 CNN 여론조사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약체 후보’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응답자의 48%는 “공화당에서 누가 나와도 바이든을 이긴다”고 답했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 지지층의 67%는 내년 11월 대선 때 바이든이 아닌 제3자를 후보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데도 이런 응답이 나왔다.

▷갈 길 바쁜 바이든을 괴롭히는 것은 80세라는 고령과 건강이다. CNN은 전화 조사에서 “바이든이 체력(stamina)과 정교한 판단력(sharpness)을 갖췄는가”라는 질문을 넣었다. 3월 처음 등장했는데, 굴욕적 질문이다. “갖췄다”가 26%, “못 갖췄다”가 74%라는 답변도 놀랍다. 올여름 상원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81)가 회견 중에 30초간 멍하게 굳어버린 일이 건강 위기론에 불을 지른 셈이다.

▷공화당에선 트럼프가 과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30대 억만장자 사업가가 당내에서 10%대 지지로 2위권을 형성했지만 “트럼프는 좋은 대통령”이란 평가를 내놓는 ‘트럼프 아류’에 가깝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경제는 성장률, 물가, 일자리 지표가 좋아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는 오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미국 대선은 2차대전 이후 경제가 승부를 갈랐는데, 내년에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생겨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50%를 오르내리는 시점에 미 대통령 기념재단·센터 13곳은 전에 없던 공동성명을 냈다. 1930년 전후 대공황기에 대통령을 지낸 허버트 후버 기념도서관부터 오바마 대통령 센터까지 참여해 “미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기반한 나라”라며 “정치에서 예의와 존중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출된 공직자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름만 안 썼을 뿐 트럼프의 일방주의적이고 무례한 정치를 비판한 것이었다.

▷바이든의 위기는 트럼프에겐 기회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미국이 왜 미국의 세금을 써가며 남의 나라 안보를 지켜줘야 하느냐고 질문해 왔다. 그런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을 포함하는 동맹·우방국들의 대외정책은 큰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중국과 막 시작한 신냉전과 러시아의 침략전쟁은 어떻게 전개될지 점치기 어렵다. 4년 전 실패했던 북핵 ‘외교 리얼리티 쇼’를 시도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정례화한 한미일 3국 협의체와 미국의 핵협의그룹(NCG)은 기획한 대로 가동될 거란 보장이 없다. 우리 정부에는 바이든 외교에 집중하는 동시에 트럼프 ‘시즌2’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이중과제가 주어졌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트럼프 시즌2#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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