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해류를 이용한 항해술과 그 응용[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77〉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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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을 달았다”, “역풍을 맞았다”는 말이 있다. 순풍을 받아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면 속도가 더 나게 된다. 바람을 거슬러서 역풍을 맞으며 앞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우리나라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항해를 참 많이 했다. 겨울철 북태평양은 저기압이 많이 발생해서 항해가 힘들다. 역풍을 받으면 속력이 나지 않고 배가 흔들려 잠을 못 잔다. 점차 바람을 이용하는 바다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다. 저기압이 생성되면 북위 40도, 50도로 올라가면서 북동쪽으로 향해서 알래스카에서 소멸한다. 북반구에서 저기압은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분다. 그래서 저기압이 우리를 추월해서 갈 때에 그가 우리 위를 지나게 하면 뒷바람을 받아서 좋다. 저기압이 계속 생성되어 지나가므로 뒷바람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잘 나갈 수 있다.

반대로 태평양을 건너올 때는 배를 알래스카로 붙여서 항해하여 서쪽에서 오는 저기압이 우리 아래에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뒷바람을 받으면서 항해해 나갈 수 있다. 1123년 송나라 사신인 서긍은 고려도경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닝보(寧波)의 매잠산(저우산군도의 푸퉈산)을 떠났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순풍에 돛을 올려 속도를 높이며 나갔다고 기록했다. 3일 만에 가거도(소흑산도)에 다다랐고 흑산도를 지나 군산도(선유도)에 도착하기까지 8일이 걸렸다. 중국으로 돌아갈 때는 날씨가 나빠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해류도 바람만큼이나 중요한 항해의 변수가 된다. 해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영향력이 바람과 같이 강력하지 않지만 중요하다. 일본 그리고 미국의 서부를 포함한 북태평양에는 북동으로 시계 방향으로 흐르는 구로시오 해류를 포함한 큰 물의 흐름이 있다. 잔잔한 날씨에 평소 같으면 12노트로 항해할 선박이 최대 14노트가 날 때가 있다. 배를 뒤에서 밀어주는 해류를 탔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하루가 된다. 대서양에도 이런 물의 흐름이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과 포경선 선장인 그의 사촌은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배는 반대로 항해할 때보다 항해 시간이 2주나 짧은 이유를 발견했다. 플로리다반도에서 북으로 올라가서 동쪽으로 대서양을 흐르는 3노트의 해류 때문임을 알았다. 그들은 1770년 멕시코 만류 해도를 만들었다. 세계일주 요트족들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서 하와이와 적도상의 여러 섬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항로를 택한다. 적도는 무풍지대이지만, 서쪽으로 흐르는 적도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 표주록의 저자인 조선의 선비 이지항이 1696년 부산을 떠나 경북 영해에 가기 위해 범선을 탔는데 울산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났다. 그가 도착한 지점은 일본 홋카이도였다. 북동쪽으로 범선이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남서 방향에서 밀어주는 바람이나 해류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바다에서 해류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한 덕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시 그것의 이동 방향도 가늠할 수 있다. 방류수는 일본 동북부에서 출발해서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홋카이도 동쪽으로 올라가서 북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흘러 미주대륙을 향할 것이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적도 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할 것이 예상된다. 바다에서 얻은 지혜는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소중한 가치로 나에게 다가온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바람과 해류#항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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