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플 “美서 칩 조달” 버핏 TSMC 투자… 반도체지원법 뭉개는 韓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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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애플이 아이폰 등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202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현지의 TSMC 공장에서 전부 가져오던 프로세서 등 반도체를 앞으로는 미국 본토에서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다.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시설은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애플의 결정은 핵심 전략품목의 생산지를 아시아 등 해외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7월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자국 내 공장 건립에 500억 달러가 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올라탄 TSMC는 공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애플 같은 대형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는 5조 원 규모의 TSMC 주식예탁증서(ADR) 6000만 주를 사들였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은 결국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시장 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이 130조 원, 인텔이 40조 원을 투입하는 공장 건립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미국 제조업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반도체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마저 이제는 치열하게 맞붙어야 할 경쟁 상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걸고 뛰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일본 또한 최근 소니와 NEC,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 8개사가 첨단 반도체 회사를 공동 설립하고 정부가 6700억 원대 지원에 나서는 등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대대적 투자를 예고한 유럽연합(EU),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는 중국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사활을 건 글로벌 경쟁이 한창이지만, 막상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칩스법’ 논의는 8월 발의 이후 넉 달이 돼 가도록 심사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선정한 50개의 주요 입법 과제에서도 빠졌다.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이 특정 대기업이나 지역 특혜라는 편협한 시각이 미래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러다간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한국이 기술 패권국들의 ‘신(新)식민지’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미국#칩 조달#버핏#tsmc 투자#반도체지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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