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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당뇨병 대란 해결책 없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입력 2022-09-30 03:00업데이트 2022-09-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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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해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중년의 의사나 지인들은 만나면 나오는 주된 주제가 건강이다. 건강 이야기를 나눌 때면 혈당이 높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유독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2020년 기준)을 넘어섰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0년 전인 2012년에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 수가 약 591만 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의 예측이 30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더구나 ‘당뇨병 전 단계’ 인구(1583만 명)를 포함하면 국민 2명 중 약 1명(42%)은 당뇨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야말로 당뇨병 대란이다.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3대 증상은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을 자주 보는 다뇨(多尿), 쉽게 배가 고파 음식을 많이 먹는 다식(多食)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당뇨병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이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합병증은 혈당이 지나치게 높거나 또는 낮아서 생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케톤산증, 고혈당 고삼투질 상태 및 저혈당 등이 있다. 이들은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을 포함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보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만성 합병증이다. 당뇨병의 주요 만성 합병증에는 당뇨병 망막병증, 당뇨병 신경병증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과 관상 동맥질환, 뇌중풍(뇌졸중) 같은 대혈관 합병증이 있다. 이 중 심혈관질환은 인슐린을 생성, 사용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환자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증가하는 당뇨병 때문에 진료비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1조8000억 원에서 2018년 2조 원을 훌쩍 넘었다. 급기야 2020년에는 3조 원(2조9700억 원)에 육박했다. 당뇨병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질병 부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걸릴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넘기기에 당뇨병은 ‘질환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 등 개인적인 노력에 더해 국가가 당뇨병 치료와 관리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당뇨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당뇨병 관리와 연관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속속 나오고 있는 의료기기 활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몸에 간단히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볼 수 있는 의료기기를 통해 내가 평소 먹는 음식 중 어떤 것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지 알 수 있다. 또 의사는 환자의 일주일∼한 달 치 혈당 모니터링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원격 모니터링에 따른 비용과 새로운 의료기술을 배우는 인력을 지원하는 교육수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8월부터 혈액 속에 포도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1형 당뇨병 환자(소아당뇨)를 대상으로 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에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당뇨병 치료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회 인슐린요법의 경우 1형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급증하는 당뇨병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당뇨병 발생의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들을 선별해 당뇨병 진행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공복혈당 검사는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당화혈색소(HbA1c) 검사는 빠져 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3개월간 평균적인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공복혈당만 검사할 경우 약 965만 명의 당뇨병 전 단계 사람을 찾을 수 있지만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검사를 둘 다 이용하면 약 1583만 명의 당뇨병 전 단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과 당뇨병 전 단계를 선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화혈색소 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해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당뇨병 교육 및 환자 관리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알고리즘 개발, 당뇨병 교육 수가 도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뇨병 환자 600만 명 시대, 30년 빨라진 당뇨병 시계를 멈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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