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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다수 앞세운 민주당 ‘헌정사 7번째 장관 해임건의’ 강행

입력 2022-09-30 00:00업데이트 2022-09-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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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 처리를 앞두고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등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재석 170명 중 168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퇴장했고, 정의당 의원들은 박 장관을 “왕자 대신 매 맞는 아이”에 비유하며 불참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은 역대 7번째, 현행 헌법체제(1987년) 이후로는 4번째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일정을 수행 중인 사실 등을 거론하며 “치열한 외교활동을 벌이는 박 장관에게 ‘해임건의’ 낙인을 찍고 등에 칼 꽂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무능, 졸속, 굴욕 빈손 외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임건의안의 법적 강제성은 없다고 하지만 정국은 더 경색된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는 점점 심화하는 ‘정치의 실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야가 뒤엉켜 “외교 참사네” “동맹 훼손이네” 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펼치더니 급기야 외교 수장에 대한 해임건의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양측 모두 자제하라는 여론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은 표결 전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169석의 힘자랑을 하듯 단 사흘 만에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어떤 물밑 대화도 없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 조율 등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주관했다. 성과 홍보에 급급했을 뿐 사전 준비는 미흡했고 현장 대응 능력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박 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 수장이다. 국내 정쟁에 휘말려 해임건의라는 불명예를 안고 다녀야 하게 된 상황 자체가 유감이다. 이 정도까지 올 일이었나.

윤 대통령은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알 것”이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여당은 국회의장 사퇴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야당은 “국회를 무시했다”며 추가 공세를 펼칠 공산이 크다. 10월부터 시작되는 국감도 정쟁만 벌일 게 뻔하다. 아직도 대선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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