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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커지는 ‘전세사기 공포’… 대책 빠른 실행이 관건[광화문에서/이새샘]

입력 2022-09-24 03:00업데이트 2022-09-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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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며 부동산 시장에 ‘깡통전세 공포’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8월 수도권 빌라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3.7%에 이른다. 부동산업계는 집값이 비교적 낮고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는 전세가율이 80%만 넘어서도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 전세가율 80%인 2억 원짜리 빌라라고 하면 집값이 2000만 원만 내려도 전세가율은 90%로 금세 치솟는다. 그만큼 수도권 빌라가 전세사기에 취약한 상태라는 얘기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전세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해결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넘쳐난다. 전세 계약 당일에 집주인이 바뀐 것을 뒤늦게 알았는데 세금 체납 이력이 있다, 만기가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연락이 안 돼서 등기부등본을 보니 가압류가 들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에는 벌써 주소를 입력하고 돈을 내면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을 바탕으로 전세사기 위험이 없는지 분석해 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전세사기 위험도를 평가하고 향후 시세까지 예측해 주기도 한다. 악성 임대인으로 알려진 임대사업자 이름을 이니셜로 정리한 리스트도 떠돈다. 외부 감정평가를 받아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집은 계약하지 말라든가, 집주인 연락이 안 되면 내용증명부터 빨리 보내라든가 하는 단계별 대응 방법까지 공유된다.

이렇게 위험한 걸 알면서도 빌라 전세를 사는 이들의 사연은 비슷비슷하다. 전세사기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기엔 전세 가격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 그렇다고 월세를 내며 살자니 월세 오름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당장 생활비도 빠듯하다.

자산은 적으면서,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이 전세사기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폭등한 최근 1, 2년간 전세대출을 최대한 끌어 ‘꼭지’를 찍고 전세 계약을 한 이들이 가장 취약하다. 지금 봇물처럼 터지는 전세사기 사건들이 단순히 악질적인 사기꾼 몇 명이 만들어낸 특수한 사건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수년간의 부동산 가격 폭등, 초저금리, 섣부른 임대차3법 도입 같은 아마추어적인 부동산 정책이 결합돼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달 초 나온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은 사실 뒷북이나 다름없다. 집주인이 세금 체납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한다든가, 악성 임대인 명단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심전세 앱’을 내놓는다든가 하는 방안 모두 지금 당장 실행해도 모자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집주인 대신 갚아주는 보증금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주택도시기금이 재원이다. 정부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세입자 개인과 국민들이 그 짐을 떠안게 된다는 점을 정부가 기억하길 바란다. 이 순간에도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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