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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재명 재판 2라운드로 다시 시험대 오른 법원[광화문에서/황형준]

입력 2022-09-23 03:00업데이트 2022-09-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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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주는 사람은 잊어도 받는 사람은 못 잊는 게 상처다. 반대로 받는 사람은 잊어도 주는 사람이 못 잊는 건 뇌물이다. 그 중간에 있는 게 선물이다. 선물의 경우 의미가 있을 때만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2009년 추석 선물을 보냈고, 시장 시절 6차례 이상 대면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12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인데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김 전 처장을 모르는 것처럼 발언했다고 결론 내리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추석 선물을 받은 건 유명 정치인이 되기 전 변호사 시절이다. 기억이 안 날 만큼 명절 선물을 많이 받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후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같이 치고, 여러 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는데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건 법원이다. 1라운드는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친형의 강제 입원과 관련된 이 대표의 발언 관련 재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7월 “허위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므로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2라운드에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TV토론과 달리 방송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라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데, 이 대표가 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법원이 언제 최종 판단을 내릴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9월 말 끝난다. 김 대법원장 임기 내에 이 대표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보은 판결’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또 판결이 지연되면 의도적으로 판결을 미룬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1라운드에서 사건 선고는 1년 7개월 만에 이뤄졌는데, 2라운드에서 판결이 빠른지 느린지 판단할 때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민주당은 434억여 원의 대선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이 같은 선거법 조항이 가혹하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이 중단되면서 판결 확정까지 최대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이미 1라운드에서 대장동 핵심 관계자인 김만배 씨와 친분이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무죄 결론을 유도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런 만큼 법원은 이번 사건을 명예회복의 계기로 삼아 엄정하게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왔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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