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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경찰국 신설은 왜 퇴행인가

입력 2022-07-27 03:00업데이트 2022-07-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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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국가공안위원회가 경찰 관리, 미국 영국은 주민이 경찰청장 뽑아
대통령-행안부 지휘에 따른 경찰 통제, 프랑스식 국가주의 경찰로의 퇴행
송평인 논설위원
일본에서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안위원회는 총리 직속이지만 총리에게 위원회에 대한 지휘 권한은 없다. 그래서 위원회를 총리의 간카쓰(管轄·관할)라 하지 않고 총리의 쇼카쓰(所轄·소할)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행정용어에는 이런 구별이 없다.

국가공안위원장은 국무대신(우리나라의 장관)이며 5명의 위원은 민간인 중에서 중·참의원 양원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한다. 위원회도 경찰의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사전적 지휘권은 없다. 대강의 방침을 정해 관리하면서 사후적 감찰 등 감독을 주로 한다. 총리의 승인을 받아 고위직 경찰 인사도 한다.

우리나라 국가경찰위원회는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위원장은 장관도 아니고 심지어 상임조차도 아니다. 다만 위원회는 경찰청장 동의권 등이 있어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면 합의체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 모두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의 거수기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현 위원회도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이고 위원 대부분이 중립과 거리가 멀다.

역대 정부는 보수건 진보건 대통령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경찰청장을 임명한 뒤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총경 이상 경찰관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를 했다. 현 정부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키로 한 것은 누가 없애라고 한 적도 없는 치안비서관 자리를 스스로 없앤 데 따른 조치이기도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경찰을 더 철저히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측에서는 국가가 경찰을 통제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의 뉴욕경찰청장 LA경찰청장 등은 시장이 임명한다. 영국에서는 런던경찰청장을 빼고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각 경찰청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찰위원회(police panel)를 두고 경찰을 관리·감독한다. 군대처럼 총을 가진 무장조직인데도 그렇다.

그것은 자치경찰에나 해당하고 국가경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일본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모두 관리·감독한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 등 연방경찰기관의 장(長)은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얻어 임명하지만 거기까지다. FBI는 법무부 소속이지만 예산 관리 지원만 받을 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영국은 자치경찰인 런던경찰청이 국가경찰 임무까지 수행하는 나라인데 런던경찰청장은 선출되면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지방경찰청장과는 달리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커미셔너(commissioner)라고 불리는 민간인 신분이 된다.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경찰국을 둔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영국은 내무부에 경찰을 지원하는 경찰국을 두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경찰청장을 주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경찰위원회는 거수기 역할밖에 못하고 대통령이 총경 이상 경찰관을 죄다 임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경찰국 신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경찰국 신설이 왜 문제인지는 5년 후에 정권이 바뀐다고 생각해보면 분명하지 않은가.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경찰국 없이도 경찰을 장악해 경찰을 피폐화시켰다. 경찰국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방대하지만 앞으로 더 방대해질 경찰도 속속들이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경찰국 신설은 검찰과 경찰이라는 두 마리 사냥개를 몰아 이 정부가 당장 원하는 걸 얻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후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제도적 퇴행이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기 전에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법 개정을 제안했어야 한다. 민주당이 응하지 않았다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할 명분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 경찰의 본질에 대한 성찰도, 경찰의 선진화를 위한 그림도 없었고 나랏일은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정당성에 호소해야 한다는 기본도 몰랐다.

우리나라 경찰위원회는 민주화 과정의 특수한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것은 우리 경찰이 프랑스 등의 국가주의 경찰과 차별화해서 국민에게 보다 밀착한 영미식 경찰에 접근할 씨앗을 제공했다. 역사를 더 전진시키지는 못할망정 후퇴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라.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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