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기고/이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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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달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도구이자 마음속에 간직한 소망이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달을 보고 꿈꾸며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탄생했다. 이제 우리는 달에 인류의 염원이자 대한민국의 희망을 가득 담아 보내고자 한다. 국내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발사 성공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역량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구 밖 기술 패권 경쟁에 우리도 도전장을 내밀며 그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눈으로 상상만 하던 ‘탐스럽고 예쁜 저 달’이 정말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달은 인류의 과학적인 호기심을 넘어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과 관련돼 있다. 하늘을 향한 갈증이 비행기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면 이제는 달을 여행하고 달에 거주하고 싶은 원초적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 특히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화성을 생명 거주 적합지로 현실화 전진기지로 달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태양계의 골딜록스 존(Goldilocks zone)으로 불리는 화성 금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찾은 것이다.

달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하늘에 있는 광산이기 때문이다. 꿈의 연료인 ‘헬륨-3’와 희토류가 풍부하고 달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남극은 얼음이 많아 생명 유지는 물론 화성 추진체 연료로 쓸 수 있다. 헬륨-3는 우라늄 대비 배의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방사성물질을 내뿜지 않는, 더군다나 태양풍으로 계속 쌓여 고갈 걱정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그야말로 ‘대박 광물’이다. 자원빈국이라는 설움을 단번에 날릴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 10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달은 지구의 과거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구 화석이다. 대기가 없고 진공도가 높기에 원초적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달을 자세히 연구하면 미래 지구의 모습을 당겨보고 들여다보는 망원경이 된다.

달 자원의 현지 조달 가능한 양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면 어떤 학문이 중심이 되어야 할까? 우주 토양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고 현장 자원 확보를 위한 기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지질과학의 연구영역이다. 달과 천체에 다다르기 위한 우리의 역량이 추격 기술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달의 현지자원 활용은 선도 기술이 될 수 있다. 거대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지금껏 단역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어엿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22년 여름밤에 떠 있는 달은 더욱 오묘한 빛을 내며 마치 우리의 방문을 맞이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달에 사는 줄로만 알았던 옥토끼에 대한 상상은 이제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광물자원을 개발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찍은 우주의 심연이 은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하듯이, 지구인으로서가 아닌 지구에 사는 우주인으로 지구 밖 광물자원의 탐험과 개척의 도전장을 과감히 던져야 할 시점이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달#달에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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