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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 늘 계획보다 실천이 문제

입력 2022-07-04 00:00업데이트 2022-07-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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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7.03.
정부가 이번 주중 재정전략회의를 열어 확장 일변도였던 재정운용 기조를 ‘건전성 강화’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415조5000억 원이나 증가해 1000조 원을 넘어선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매년 재정수지, 국가채무 관리목표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초 36%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0%에 육박했고, 재정확장 추세가 계속될 경우 현 정부 말인 2026년에 69.7%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급증한 빚을 줄이기 위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이 모두 작년부터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돌아선 걸 고려하면 한국의 대응은 늦은 편이다. 올해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정지출 확대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의 빠른 나랏빚 증가 속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재정이 더 악화하면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엄격히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이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선진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터키)뿐이고, 독일 등은 아예 헌법으로 재정준칙을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임기 1년 이내에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정준칙 도입에는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기획재정부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재정준칙안을 국회에 냈지만 여야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기준이 허술하고, 법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해 맹탕이란 비판을 받는 방안이었는데도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을 방해할 족쇄로 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말로는 예산 팽창, 나랏빚 증가를 걱정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경직성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혈세 낭비를 이유로 전 정부의 ‘세금 일자리’ 사업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재정을 축내는 공기업을 구조조정하겠다면서 새 정부의 대선공약인 기초연금, 병사 월급 인상은 모두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포퓰리즘적 재정지출 경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내로남불식 진영논리를 벗어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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