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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홍콩 반환 25년[횡설수설/장택동]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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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즉시 홍콩으로 진격해 하루 만에 점령할 수 있다.” 1982년 9월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만난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이런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영국은 홍콩 반환을 꺼렸지만 덩샤오핑은 군사력 동원까지 언급하며 강경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2년 뒤 양국은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했다. 1997년 7월 반환 이후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하지만 25년이 흐른 지금 홍콩은 반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로 변했다.

▷7월 1일 홍콩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중국과 홍콩 정부는 축하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홍콩 시내 곳곳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 깃발이 내걸렸고, 도심 공원들에서는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TV에서는 중국과 홍콩 정부가 힘을 합쳐 사스(SARS) 등 위기를 이겨냈다는 애국주의 드라마가 연일 방영되고 있다. 25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반환 이전의 홍콩은 아시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제 금융 허브이자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였고,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자유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중국의 일부가 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도입되면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위축돼 갔다. ‘우산혁명’을 비롯한 시민들의 저항에 힘입어 제한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유지됐지만, 2020년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남아 있던 빛마저 사라졌다.

▷현재 홍콩 입법회에는 반중파 의원이 한 명도 없다. 당국의 심사를 거치고 충성맹세를 해야 출마가 가능하도록 선거법이 바뀌면서 민주 진영 출신은 씨가 마른 것이다. 지난달 90세의 조지프 젠 추기경을 외세결탁 혐의로 체포하는 등 홍콩보안법을 적용해 야권 인사들이 줄줄이 갇혔고, 핑궈일보 등 반중 성향 언론은 문을 닫았다. 지난해 1월 이후 12만 명이 넘는 홍콩인들이 영국으로 출국하는 등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가 홍콩이 상징하는 바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의 평가다.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을 결정할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부패 척결을 외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시 주석으로서는 민주화의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홍콩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홍콩의 명물이던 해상 식당 ‘점보’가 최근 침몰한 것을 놓고도 “홍콩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홍콩인들에게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해 보인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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